그래도 여전히 준치지만, 보르도 와인이 고전을 하는 이유는 <참을성>을 요구하는 와인이기 때문이겠지요. 풍부한 과일맛으로 어필하는 신세계쪽이 바로 만들어 바로 마시는 인스턴트식 즐거움을 준다면 보르도는 오랜 숙성기간을 통해 기다림의 미학을 요구하는 것에 이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소비자가 사도 오랫동안 보관을 해야하고, 샤토들 또한 일정기간 저장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겪기 때문에 자본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단하게 느껴집니다.
#보르도의 고민2.
보르도만큼 빈티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곳도 없겠지요. 매년 기후의 편차가 심해서 예측이 불가능했고, 따라서 이곳 와인의 특징은 블랜딩입니다. 왜냐고요? 날씨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방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베르도 등 주요 품종이 있는데 아마 농부들은 포도를 심을때 여러 품종을 심어 날씨의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려고 했을 것입니다. 어떤종은 더 빨리 익고, 어떤 종은 축축한 땅에 더 잘되고, 어떤종은 서리에 강하고...요즘은 미쉘롤랑처럼 샤토를 방문하며 맛을 균일화 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와인을 양조하는 장인의 감각은 더 없이 중요하겠지요.
#보르도와 프랑스.
프랑스를 한 번 넓게 봐 보려구요. 그러니까 프랑스의 북쪽은 1가지 품종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루아르(부르고뉴)까지 말이지요. 그런데 그 아래로 내려오면 블랜딩이 시작 됩니다. 보르도를 기점으로 프로방스 등 남쪽은 여러품종을 섞어 와인을 빚어요. 지역마다 정해놓은 품종이 있기는 하지만 집안마다 블랜딩 비율이나 노하우에 따라 맛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 보르도와 강.
강, 강이라...지금 보르도 지도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강물이 보이지 않는 밭에서는 좋은 포도주를 빚을 포도가 자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묘한 것이 보이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이 중요한데 좋은 와인은 물 없고 척박한 땅에 뿌리를 박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배수가 잘 돼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한 농부가 언덕위에 있던 밭이 홍수로 무너져 유실된 포도나무를 보니 그 뿌리가 장장 14m까지 내려가 있더라는 이야기도 전해들었습니다. 그게 보르도 맛이지요, 척박한 환경에서 미네랄을 뽑아올린 날선 향취. 그러게요, 홍수 영향이 없는 가문 곳이라고 해야겠네요. 해서 강과 붙어있는 곳은 그야말로 집 짓고 소나 키워야 하는 땅입니다.
# 보르도의 강과 엉트르 드 메르.
북위 45도. 대서양이 왼쪽에 있고 지롱드강을 따라가다 보면 가론느와 도르돈뉴 사이로 엉트르 드 메르가 보입니다. 지금 그곳에 제 눈이 머물러 있습니다. 비가 오면 산에서 내려오는 민물과 강을 타고 들어오는 짠물이 만나 파도를 일으키며 휘도는 곳이 이곳 엉트르 드 메르라는 이야기를 들은적 있습니다. 두 강 사이에 있으니 전쟁에 휘말리던 그 옛날에도 적으로부터 보호되어 역사적 유적이 많이 숨겨진 곳입니다. 14~16C 분쟁때 사람들은 화살을 쏘기 위해 성채모양의 집들을 지었고 그 유적들이 지금의 엉트르 드 메르를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자전거여행하기 좋은 곳이지요. 전에 말이죠, 굴과 매칭하려고 엉트르 드 메르 와인을 한국 와인숍에서 샅샅이 뒤졌더랬습니다. 겨우 2개의 브랜드를 찾아냈을 뿐이었지요. 그래도 굴과 함께 맛나게 마셨습니다.
맞아요, 그쪽 아르까숑(맞나?)굴과 가장 잘 어울리는 화이트라고 하지요. 실제로 엉트르 드 메르 샤토 무샥(CH. Mouchac)에 점심초대를 받아 아페리티프로 굴을 어찌나 맛나게 먹었는지...흐흐...지금도 입가가 살짝 올라갑니다. 그 굴은 양식이라선가 비린맛이 덜하고, 레몬즙을 살짝 뿌려 소스없이 먹었는데 기가 막혔습니다. 물론 와인은 이곳 세미용과 소비뇽을 블랜딩한 화이트를 곁들였습니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드라이 화이트 산지로 세미용을 생산합니다. 물론 보르도 AC입니다. 가격은 저렴한 편입니다. 하여간 세미용은 지롱드에서 많이 쓰이는데 섬세하고 기름처럼 입안을 부드럽고 꽉차게 해줘 우아함을 줍니다. 소비뇽의 특징이라 하면 잔디같은 풀냄새가 직설적이고 폭발적이니 우아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솔직하다고나 할까요. 보르도는 단일품종을 금지하니 이 둘에 챠밍한 무스카델을 곁들여 그야말고 음식과 매우 잘 어울리는 드라이 화이트가 만들어 집니다.
아, 말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수다를 떨고 싶은겝니다 ㅡ,.ㅡ;
# 굴.
영국속담에 <달이름에 R자가 없는 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럼 9월부터 자고로 바다의 우유라는 굴철이 되는거군요. 아직은 날씨가 좀 더워서 생굴먹기가 찜찜하지만 조만간, 화이트 하나 옆구리에 차고 굴 먹으러 떠나야 겠습니다. 그런데 한국굴은 와인과 좀 비려요, 정종이 더 나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와인이 좋은데 으짭니까~
